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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리뷰 1 - 정보, 등장인물 심층 분석

by K-Movie 아카이브 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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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987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한국 영화 1987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1987년, 대한민국의 역사는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믿을 수 없는 변명. 그 한 마디가 만들어낸 격변의 시대.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진실을 외치던 사람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평범한 이들의 용기가 영화를 통해 되살아납니다.

1987년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1987은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뜨거운 열망과 진실을 지키려는 투쟁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2017년 12월 27일 개봉해 7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모았으며, 역사적 사건을 다룬 한국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 정보

  • 제목: 1987
  • 장르: 드라마, 스릴러, 시대극, 정치
  • 감독: 장준환
  • 주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 개봉일: 2017년 12월 27일
  • 상영 시간: 129분
  • 제작비: 145억 원
  • 총 관객 수: 7,232,452명 (2018년 2월 7일 기준)
  • 월드 박스오피스: $53,834,292

등장인물

1987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흔든 그 해.
그 중심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주연이 없는 ensemble cast(앙상블 캐스트) 구조입니다.
즉, 한 사람의 영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역사를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작품이죠.

그러나 영화의 흐름상 김윤석이 연기한 '박처원'이 메인 빌런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그 외의 캐릭터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놀랍게도 많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단역이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요청했을 만큼,
이 영화가 지닌 의미와 무게감은 대단합니다.

그럼, 이제 각 인물들의 개성과 서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987 속 남영동의 절대 권력자, 박처원 (김윤석 扮)

1987년 대한민국.
역사는 바뀌려 하고, 사람들은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갑니다.
하지만 그 흐름을 거부한 자가 있습니다.

"내래 빨갱이 잡는 거 방해하는 간나들은, 모조리 빨갱이로 간주하갔어."

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이자,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긴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여전히 군부 독재의 충실한 개이며, 피로 얼룩진 대공수사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바로 박처원.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깊고 무서운 인간성을 가진 인물이며,
그의 존재는 1987년의 암울한 현실 그 자체입니다.

냉혈한 권력자, 철저한 반공주의자

박처원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입니다.
그가 손을 뻗으면 사람 하나쯤은 쉽게 사라지고,
그가 명령하면 고문실에서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실을 ‘애국’이라 부릅니다.
그에게 반정부 인사란 곧 ‘빨갱이’이며, 그들을 잡아들이고 부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입니다.
그는 신념으로 무장한 괴물이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북에서 내려온 탈북자 출신이라는 과거를 가집니다.
6.25 전쟁 당시 그는 가족이 인민재판으로 몰살당하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부모와 누이는 죽창에 찔리고 총살당했으며,
그는 대청마루 밑에 숨어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리고 남으로 내려와 ‘반공’에 대한 광적인 신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입니다.
그는 ‘폭력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던 자’이지만,
이제는 ‘폭력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
그가 내뱉는 명령 한 마디,
그가 쏘아보는 차가운 눈빛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막가파 권력자, 그리고 그의 몰락

박처원은 막무가내입니다.
그는 법도, 원칙도 개의치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상관에게조차 거친 주먹을 날립니다.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는 모조리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심지어 경찰청장(치안본부장)마저 함부로 대할 정도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주도한 것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입니다.
그는 고작 몇 마디 말로 이 사건을 덮을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

이 대사는 단순한 망언이 아닙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트라우마’이자,
공권력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덮으려 했던 진실은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부검을 거부하고,
언론이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시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세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믿었던 세계의 붕괴

영화 후반부에서 그는 절망에 휩싸입니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그토록 충성하던 정권도 그를 버리려 합니다.
그는 애타게 도움을 청하지만,
과거 자신이 조종했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립니다.

그는 경찰 조직 내에서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자였지만,
결국 한낱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내레... 니들 총알받이가 되갔어!"

그의 마지막 절규는 오랜 신념과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가 믿었던 체제는 결국 그를 필요 없게 된 순간,
가차 없이 내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박처원의 존재가 남긴 것

그는 사라졌지만, 그의 악행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선명한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폭력과 공포의 문화는 오랫동안 남영동 대공분실을 지배했습니다.
그가 휘두른 권력의 잔재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단죄했습니다.
1987년 6월,
그가 믿었던 공포정치는 무너졌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으며,
그들이 외쳤던 민주주의는 결국 승리했습니다.

박처원의 이야기는 단순한 ‘한 사람의 악행’이 아닙니다.
그는 한 시대의 상징이었고,
그의 몰락은 시대의 변화였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가 남긴 상처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윤석 배우는 박처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역사 속 실존 인물의 공포와 위압감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그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담긴 서늘한 권력의 냄새는
관객들에게 ‘이 시대가 얼마나 무서웠는가’를 각인시켰습니다.


1987 속 정의를 향한 검사의 외침, 최환 (하정우 扮) 

‘끝까지 법대로 간다’

"정황상 고문치사가 확실해요! 모양새 좋게 갑시다. 법대로."
그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권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습니다.

1987년, 군부 정권의 그늘 아래 모든 것이 은폐되고 조작되던 시대.
검찰조차 정권의 손아귀에 장악되어 있던 그 시절,
단 한 명의 검사가 있었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최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받아쓰기나 잘해" – 검사의 신념

최환은 서울지검 공안부장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검찰은 ‘권력의 충실한 개’가 되어야만 했고,
수많은 시국 사건을 정권의 입맛대로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권력의 손길에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화염병을 만들다 체포된 대학생을 심문하며 신랄하게 갈구는 모습,
그저 또 하나의 ‘공안 검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환은 단순한 ‘공안 검사’가 아닙니다.

그가 서류를 넘겨받고 박종철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바뀝니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뭔가 수상하다."

경찰이 가져온 화장 동의서를 보는 순간,
그의 뇌리는 빠르게 계산을 시작합니다.
"죽은 지 8시간밖에 안 된 아들을, 그것도 서울대 다니는 아들을,
장례도 치르지 않고 바로 화장한다고?"

이건 절대 정상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의 손은 곧장 서류에서 떨어지고,
대신 시신 보존 명령서를 발부합니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단호하게 외칩니다.

"시신에 손만 대봐, 공무집행방해죄로 족친다 내가."

이 순간, 그는 단순한 검사가 아닙니다.
그는 ‘진실’을 지키려는 유일한 방패가 되었습니다.


권력과의 대결, 그리고 외로운 싸움

하지만 그는 곧 깨닫게 됩니다.
이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말입니다.

경찰은 그를 회유하려 합니다.
정권은 압박을 가합니다.
심지어 그의 직속 상사조차, ‘눈 감아라’며 은근한 협박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정황상 고문치사라고 확신하지만,
모두들 말합니다.
"좀 조용히 넘어갑시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맙시다."

그러나 그는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검찰을 왜 합니까?"

이 말 한 마디에 그의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검찰이란,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법과 원칙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하는가?

그는 스스로 답을 내립니다.
"법대로 가자."

그리고 그는 부검을 강행합니다.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부검 결과가 나오자,
그의 예상대로 경찰의 거짓말이 탄로납니다.
고문 흔적이 발견되었고, 사인은 ‘쇼크사’가 아닌 ‘고문치사’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언론이 들끓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군부 정권은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적당히 덮어라. 신문에 나가봐야 너만 손해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권력과의 싸움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검찰 내부에서도 밀려나고 맙니다.
그의 노력은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그가 했던 작은 저항,
그가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결국은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결단이 없었다면,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의 외침이 없었다면,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끝까지 싸웠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결국 그의 편이었습니다.


영화 속 하정우의 존재감

하정우 배우는 이 역할을 통해,
마치 한 시대를 통째로 관통하는 듯한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신문지를 탁 내려치며 던지는 한 마디,
그가 조용히 서류를 넘기며 다짐하는 눈빛,
그가 홀로 담배를 피우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순간.

그의 모든 장면이 관객의 심장을 두드립니다.
그는 단순히 ‘영화 속 검사’가 아닙니다.
그는 ‘법과 정의를 지키고자 했던 마지막 검찰’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1987년, 최환은 현실 속에서도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사실로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1987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한 사람의 용기가, 역사를 바꾼다."

그 한 사람이,
바로 최환이었습니다.


1987 속 가장 평범한 영웅, 한병용 (유해진 扮)

"그럼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

한평생 교도관으로 살아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권력의 중심에 선 사람도 아니고, 거대한 혁명의 선봉에 선 인물도 아닙니다.
그는 단지 영등포교도소의 한 교도관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위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한 평범한 사람입니다.

1987년, 누구나 입을 닫아야 했던 그 시대.
거대한 공포와 억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이 한 사람, 한병용(유해진 扮) 만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작은 ‘편지 한 장’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장의 편지는, 대한민국을 흔든 거대한 파도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택

한병용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루 하루 삶의 터전에서 묵묵히 일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는 남들과 달랐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부영과 대화를 나누며,
그는 점차 진실의 무게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뒤흔들 선택을 합니다.

"조카야, 내가 널 믿는다. 이걸 전달해라."

그가 조카 연희(김태리 扮) 에게 건넨 것은
한 장의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편지가 밖으로 나가면,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선택을 했습니다.

"그럼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

이 한 마디는
그가 왜 이 일을 해야만 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대사입니다.


그를 집어삼킨 폭력과 공포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가 편지를 보낸 것을 눈치챈 남영동의 대공 형사들은
한병용을 무자비하게 끌고 갑니다.

그의 몸은 무참히 짓밟히고,
그의 가족들은 그의 눈앞에서 울부짖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가족을 앞세운 무서운 협박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의 선택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본 순간,
그는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듭니다.
그는 끝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이유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의 고통과 절망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저항이 만든 거대한 변화

그가 넘긴 정보는 결국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 편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더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거대한 혁명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작은 용기를 냈고,
그 작은 용기는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그의 선택은 단순한 한 개인의 결단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그 선택이 두렵고,
비록 그것이 힘겨운 길일지라도 말입니다.


유해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연기

유해진은 한병용을 연기하며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절절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표정, 그의 몸짓, 그의 눈빛 하나하나에서
우리는 평범한 가장이자, 위대한 시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가 폭력에 쓰러질 때,
그가 조카에게 마지막 부탁을 할 때,
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그와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고, 울게 됩니다.

유해진의 연기는
‘1987’을 더욱 현실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보통 영화 속에서
거대한 영웅을 기억합니다.
권력과 싸운 검사,
거리에서 투쟁한 민주화 운동가,
혹은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힌 기자들.

하지만 1987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 중 하나는
이 ‘작은 영웅’, 한병용입니다.

그는 거대한 무언가를 무너뜨린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작은 정의의 불씨를 피운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불씨는 결국
198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거대한 불길이 되었습니다.

그의 용기, 그의 선택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연희 (김태리 扮) - ‘침묵하던 이가 깨어나는 순간’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

영화 1987에는 많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는 고문을 당했고, 누군가는 세상과 맞섰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 이연희(김태리 扮) 만은 완전히 새로운 인물입니다.
어느 역사책에도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입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혁명의 주역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대학 신입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거대한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대학생 이연희, 그녀가 마주한 세상

1987년, 그녀는 이제 막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친구와 미팅을 가고, 대학 생활에 대한 설렘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민주화 운동은 TV 뉴스 속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시위는 늘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 속에서 누군가가 다치는 것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평범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혁명이나 민주화 같은 거창한 단어는 그저 피곤할 뿐이었습니다.
삼촌 한병용(유해진 扮) 이 위험한 일을 하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이 한 마디는 그녀의 모든 생각을 압축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법입니다.


우연한 만남, 그리고 작은 균열

그녀는 우연히 시위 현장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잘생긴 선배,
운동화를 신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그 남자.
그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시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그녀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저 휘말린 줄만 알았던 시위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완전히 변할 수 있었던 순간은
그 남자가 죽고 난 후였습니다.

그의 운동화.
그의 마지막 외침.
그의 죽음이, 그녀의 모든 것을 흔들었습니다.


변화의 순간, 그녀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처음엔 가족을 생각해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멀리하고 싶었던 일들이
점점 그녀의 삶을 집어삼킵니다.

삼촌이 무자비하게 끌려가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다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외면하려 했던 세상이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는 선택을 합니다.

버스에 오릅니다.
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쥡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그녀는 마침내 ‘우리’가 됩니다.
그녀의 변화는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변화를 대변하는 순간입니다.


김태리, 그녀가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변화

이연희는 허구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김태리의 연기를 통해
그녀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김태리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의 모습을
순수하고도 생생하게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눈빛, 말투, 몸짓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한열이 쓰러졌을 때,
그녀가 그의 운동화를 조심스레 주워들던 그 순간.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녀가 변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버스 장면에서
그녀가 외치는 구호는
그녀가 얼마나 완전히 달라졌는지를 증명하는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연희였다

이연희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입니다.

처음엔 무관심했던 사람,
그러나 어느 순간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이연희는
1987년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변화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 그녀처럼 변해야 할지 모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해 말입니다.

그녀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녀의 변화를, 우리의 변화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한경 (박희순 扮) - ‘고문 경찰의 양심’

"이 손, 이 손으로 죽인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머릿속을 빙빙 돌아요."

박종철을 직접 고문했던 남영동 대공수사처의 형사.
그러나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박처원의 ‘꼬리 자르기’ 전략으로 인해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권력에 충성했지만, 결국은 권력에게 버림받고 마는 비극적 캐릭터.

독재 정권의 시스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갈등을 겪는 인물입니다.


윤상삼 (이희준 扮) - ‘사실을 쫓는 기자’

"고문살인 은폐 조작, 끝났어 당신."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끝까지 파헤친 인물입니다.
정권이 감추려는 진실을 끊임없이 캐내려 하며,
정보를 얻기 위해 법조계, 교도소 내부 등 다양한 루트를 활용합니다.
그러나 독재 정권의 압력 속에서, 단순히 ‘팩트’를 기사화하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었던 시대.
그가 싸우는 상대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진실을 막으려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이었습니다. "기자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캐릭터.


그 외 주요 인물들

김정남 (설경구 )

"진실은 감출 수 없습니다."

김정남은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자, 독재 정권이 반드시 잡아야 할 ‘1급 수배자’였습니다.
거리에서, 골목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늘 쫓기며 숨었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넘긴 한 장의 문서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경찰이 감추려 했던 이 진실을 그는 목숨을 걸고 세상에 알렸습니다.

도망치는 자였지만, 동시에 싸우는 자였습니다.
그가 위험을 감수하며 전달한 정보는 결국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한열 (강동원 扮)

운동화 한 켤레,
시위 현장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던 청춘,
그리고 한 연약한 손을 잡아준 순간.

이름도, 배경도, 대사도 많지 않지만,
그의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연희가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는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용기 있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외면했던 연희가 결국 역사의 흐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결정적 인물이었습니다.

운동화와 함께 남긴 그의 흔적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장세동 (문성근 扮)

"각하께서 심려가 크십니다."

장세동은 전두환 정권의 최측근이자, 안기부장으로 군림한 인물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조차 그의 한 마디에 숨을 죽일 만큼,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인물이었습니다.

처음엔 박처원을 치켜세우며 술 한 잔 기울였지만,
정권에 불리해지자 가차 없이 등을 돌렸습니다.
"꼬리를 잘라야 몸통이 산다."
그 한마디로 박처원의 운명은 결정되었습니다.

능글맞지만 무서운, 웃고 있지만 속은 차가운, 권력의 중심에서 모든 걸 쥐락펴락했던 남자.
그가 곧, 군부 독재의 그림자였습니다.

박종철 (여진구 扮)

"몰라요... 진짜 몰라요..."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평범한 청년이자 시대의 희생자였습니다.
그는 친구의 행방을 묻는 경찰의 고문 앞에서,
끝내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끝내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
욕조 속 차가운 물,
그곳에서 그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
그 기만적인 한마디가, 오히려 거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박종철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198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외침이었습니다.

강민창 (우현 扮)

"각하께서 신문을 패대기치셨다카네..."

내무부 치안본부장, 경찰 조직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권력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였습니다.

진실을 덮기 위해 움직였고,
윗선의 눈치를 보며 아랫사람을 희생시켰습니다.
부하 경찰들이 고문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그는 책임지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자리만을 지키려 했습니다.

"몸통이 살려면 꼬리를 잘라야 된다!"

그의 한마디는,
박처원을 포함한 경찰들을 희생시키며 스스로 살아남으려는 잔인한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기억했습니다.
강민창 역시 사건 은폐 혐의로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리뷰는 여기서 마칩니다. 영화 <1987>의 리뷰 2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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