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사람 중의 한 명이 접니다.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 합니다. 아마 못 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 <옥자>는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환경과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설국열차’ 이후 두 번째로 영어 대사가 포함된 작품이며,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식품 산업 이면을 폭로하면서도, 한 소녀와 특별한 동물 ‘옥자’의 우정을 중심으로 감동적인 모험을 펼칩니다.
영화 정보
- 제목: 옥자 (Okja)
- 장르: SF, 모험, 드라마, 블랙코미디
- 감독: 봉준호
-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변희봉, 이정은, 릴리 콜린스 외
- 배급사: 넷플릭스
- 개봉일: 2017년 6월 29일
- 상영 시간: 120분
- 제작비: 6,000만 달러
- 대한민국 총 관객 수: 322,701명
- 상영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등장인물
주미자 (안서현 분)
13살 소녀, 강한 의지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용감한 주인공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 능력과 놀라운 결단력을 보여주며,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단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를 사고로 잃고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자란 그녀는 옥자를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사 준 빨간 추리닝과 짧은 머리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 순박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옥자가 미란도 기업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자, 미자는 주저 없이 서울로 향합니다. 작은 몸으로 대기업의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며, 유리문을 몸으로 깨부수고, 달리는 트럭을 맨몸으로 쫓아 올라타며, 옥자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가 아닙니다. 옥자를 되찾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순수함과 도덕성을 지키는 모습이야말로 미자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녀는 단순한 투사(鬪士)가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진정한 용기와 애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마지막 순간, 도살장에서 옥자를 구하기 위해 던진 금돼지 한 마리는 미자가 어떤 존재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돈이 아닌, 진심과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이려는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옥자 (성우: 이정은)
거대한 몸집을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서, 미자와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하마와 돼지를 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형이지만, 그 안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녀는 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결코 미자를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보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자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기지를 발휘해 그녀를 끌어올리는 장면은 옥자의 지능과 헌신적인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 앞에서 옥자는 무력한 희생양이 됩니다. 실험실에서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결국엔 상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지만, 끝까지 미자를 알아보고 그녀를 향해 나아가려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깊은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다른 슈퍼 돼지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한 마리의 작은 아기 돼지를 입에 숨겨 몰래 데리고 나오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옥자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주희봉 (변희봉 분)
미자의 할아버지이자, 현실적인 농부입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길 원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손녀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미자가 옥자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는 것이 걱정되었고, 결국 미자가 옥자와 이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미자에게 순금으로 만든 돼지 조각을 건네며, 미래를 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미자는 그것을 거부하고 옥자를 찾아 떠나죠. 그 순간, 그는 속으로 미자가 얼마나 강한 아이인지 깨닫고, 조용히 그녀를 응원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미자가 옥자를 구해 돌아왔을 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맞이합니다.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을 담아 미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할아버지가 손녀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줍니다.
미란도 코퍼레이션 측 인물
루시 미란도 (Lucy Mirando) - 배우 틸다 스윈튼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남다른 야망과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가입니다. 그녀는 쌍둥이 언니인 낸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자 했습니다. 친환경, 동물 복지를 강조하며 기업을 혁신하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기업 이미지를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루시는 처음엔 미자를 이용하려 하지만, 점점 감정적으로 흔들리며 미자의 순수한 의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계획은 실패하고, 쌍둥이 언니인 낸시에게 기업을 빼앗기고 말죠.
낸시 미란도 (Nancy Mirando) - 배우 틸다 스윈튼
루시 미란도의 쌍둥이 언니. 냉철하고 잔인한 경영인으로, 오로지 이익만을 좇는 무자비한 사업가입니다. 루시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했던 것과는 달리, 낸시는 그 모든 것을 헛짓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감정을 배제한 채 돈만을 바라보며, 루시가 실패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기업을 다시 장악하고, 슈퍼 돼지들을 상품으로만 바라보며 대량 도살을 명령합니다. 미자가 금돼지를 내밀며 옥자를 사겠다고 했을 때,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래를 수락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조니 윌콕스 (Johnny Wilcox) - 배우 제이크 질렌할
한때 인기 있었던 동물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자칭 동물학자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잊혀지고, 결국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마스코트로 전락하고 말죠. 처음에는 유쾌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실체는 자존심이 강하고 속물적인 인물입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결국 돈과 명예를 위해 잔혹한 실험을 묵인하고, 옥자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데 일조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결국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함께 몰락하고 맙니다.
프랭크 도슨 (Frank Dawson) - 배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실세 중 한 명으로, 루시 미란도의 최측근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낸시 미란도의 충실한 조력자로, 기업 내부에서 루시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항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루시가 기업 운영에 실패하자 즉시 낸시 편으로 돌아서며,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완전히 무자비한 자본주의 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기여합니다.
제니퍼 (Jennifer) - 배우 셜리 헨더슨
루시 미란도의 개인 비서로, 기업 내부의 주요 업무를 보조하는 인물입니다. 루시를 충성스럽게 따르지만, 기업의 추악한 면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모든 일에 순응하며, 루시가 몰락하자 낸시에게도 곧바로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익을 좇는 기업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전형적인 회사원 캐릭터입니다.
박문도 (윤제문 분)
미란도 한국지사의 직원으로, 옥자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인물입니다. ALF와 미자의 저항에 의해 계획이 틀어지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지만, 끝까지 기업의 이익을 지키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미자의 강한 의지와 ALF의 개입으로 인해 실패하고, 허무하게 퇴장하는 인물입니다.
김 군 (최우식 분)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한국 지사에서 일하는 트럭 운전사입니다. 옥자를 실어 나르는 일을 맡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전혀 없습니다. ALF의 습격 이후 회사가 망할 것이라고 쿨하게 인터뷰하며, 결국 후반부에는 ALF의 일원이 되어 시위에 참여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조연처럼 보이지만, 그의 변화는 기업의 부조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ALF (동물해방전선) 측 인물
제이 (Jay) - 배우 폴 다노
ALF의 리더로, 동물 보호를 위한 신념을 강하게 지닌 인물입니다. 비폭력주의를 철저하게 고수하며, 목적을 위해선 신중한 전략을 세우는 성격입니다. 미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동의를 얻고 싶어 하지만, 그의 부하인 케이가 거짓 통역을 하는 바람에 일이 엉망이 됩니다. 이후 거짓말을 한 케이를 가차 없이 내쫓고, 미자를 구하기 위해 뉴욕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결국 미란도의 실험 영상을 폭로하고, 기업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낸시가 다시 기업을 장악하면서 그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을 다짐하며, ALF와 함께 다시 시위에 나섭니다.
케이 구순범 (K) - 배우 스티븐 연
ALF에서 통역을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통역은 매우 부정확하며, 결국 미자가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동의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로 인해 미자는 원하지 않던 상황에 휘말리게 되고, ALF의 작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결국 제이에게 폭행을 당하고 ALF에서 쫓겨납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다시 등장해 ALF를 돕고, 미자를 구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에는 교도소에서 풀려난 후 다시 ALF와 함께 활동을 재개합니다.
레드 (Red) - 배우 릴리 콜린스
ALF의 홍일점으로, 감정적으로 가장 민감한 인물입니다. 동물의 고통에 강한 연민을 느끼며, 옥자가 실험실에서 학대받는 모습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는 조직의 전략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뉴욕 이벤트에서 대형 슈퍼 돼지 풍선을 터트리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실버 (Silver) & 블론드 (Blond) - 배우 데본 보스틱 & 다니엘 헌셜
ALF의 멤버로, 각각 은발과 금발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실버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영양실조로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조직 내에서도 다소 극단적인 인물입니다. 블론드는 실버와 가까운 관계이며, 조직의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들은 뉴욕에서의 폭로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끝까지 기업과 맞서 싸웁니다.
줄거리
2007년, 뉴욕.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미란도'의 새로운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그녀는 칠레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거대한 돌연변이 슈퍼 돼지를 소개하며, 이를 애리조나의 미란도 목장에서 자연교배하여 2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이 새끼 돼지들을 세계 각국의 우수한 축산 농가에 보내 각국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길러지게 하였고, 10년 후 가장 훌륭하게 자란 슈퍼 돼지를 선정하는 콘테스트를 열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심사는 유명 동물학자이자 TV쇼 진행자인 조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 분) 박사가 맡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강원도의 깊은 산골. 미자(안서현 분)라는 소녀는 할아버지 주희봉(변희봉 분)과 함께 살아가며, 콘테스트에 참여한 슈퍼 돼지 중 하나인 '옥자'(이정은 목소리)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를 일찍 여읜 미자에게 옥자는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둘은 함께 산을 누비며 과일을 따고, 냇가에서 뛰놀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직원 박문도(윤제문 분)가 산을 찾아와 옥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옥자가 슈퍼 돼지 콘테스트의 우승자로 선정되었다고 알립니다. 하지만 이는 축하받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옥자는 이제 서울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져야 했고, 이는 미자와의 이별을 의미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미자는 할아버지가 건네준 순금 돼지를 보고서야 진실을 깨닫습니다. 옥자가 떠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미자는 돼지 장식을 내던지고, 곧바로 서울로 향할 결심을 합니다.
다음 날,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돼지저금통을 깨고 서울로 향합니다. 미란도 코리아의 사무실에 도착한 미자는 유리문을 부수면서까지 사무실로 난입하지만, 이미 옥자는 트럭에 실려 떠난 뒤였습니다. 미자는 망설임 없이 트럭을 뒤쫓았고, 필사적으로 달려서 트럭 위로 뛰어오릅니다. 하지만 트럭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위험천만한 순간이 닥쳐오고, 그 순간, 정체불명의 검은 트럭이 미란도의 트럭을 가로막습니다.
이들은 'ALF(동물해방전선)'라는 단체로,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입니다. 그들은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옥자를 비롯한 슈퍼 돼지들에게 가하는 끔찍한 실험을 폭로하기 위해 옥자를 구출하려 합니다. 그러나 미자는 그들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직 옥자를 데려오려 했고, 결국 ALF는 미자의 동의를 구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옥자를 미란도 연구실로 돌려보내며, 모든 진실을 밝힐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미자가 뉴욕으로 떠나는 동안, ALF는 옥자의 몸에 몰래 블랙박스를 설치하여 미란도의 실험실 내부를 촬영하도록 합니다. 그곳에서 옥자는 극한의 학대를 받으며 실험대상이 되고, 심지어 강제 교배까지 당하는 처참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영상을 확인한 ALF는 충격에 빠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편, 뉴욕에서 열린 미란도의 대규모 이벤트에서 미자는 옥자와 재회하지만, 옥자는 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미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난폭한 상태로 변해버립니다. 이때 ALF는 준비한 영상을 공개하며 미란도의 잔혹한 실험을 전 세계에 폭로합니다. 이로 인해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미자는 옥자를 진정시키려 애쓰지만, 결국 미란도 보안팀에 의해 옥자는 다시 끌려가게 됩니다.
미자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도살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슈퍼 돼지들이 도살당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미자는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냅니다. 도살 직전의 순간, 미자는 옥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직원에게 간절히 호소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미란도의 새로운 CEO, 낸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미자가 건넨 순금 돼지를 받고 옥자를 풀어줍니다.
옥자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수많은 슈퍼 돼지들이 여전히 공장에서 학살당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도살장을 빠져나오는 길, 옥자는 마지막 순간에 다른 돼지 한 마리를 구출하며 입 속에 숨깁니다. 그리고 미자는 옥자, 새끼 돼지와 함께 강원도의 산골로 돌아가 다시 일상을 되찾습니다.
영화는 미자가 할아버지와 옥자, 그리고 새끼 돼지와 함께 다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도살장 안에서 들려오는 슈퍼 돼지들의 절규는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인간의 탐욕과 거대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희생되는 생명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소녀의 용기 있는 싸움이 남긴 여운이 깊이 각인됩니다.
영화의 메시지와 상징성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단순한 모험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날카로운 풍자이며, 자본주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우화입니다. 이 영화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슈퍼 돼지 옥자의 여정을 통해 자본주의, 소비주의, 환경 문제,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비판
<옥자>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메시지는 거대 기업의 탐욕과 이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잔혹성입니다. 미란도 기업은 슈퍼 돼지 프로젝트를 내세워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축산업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동물들을 대량 생산하고 이를 착취하는 기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동원되는 광고와 마케팅은 현대 사회에서 대중이 소비하는 정보가 얼마나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는 실제로 우리가 마주하는 거대 식품 기업들의 홍보 전략과 다를 바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기업의 CEO 루시 미란도와 그녀의 쌍둥이 언니 낸시 미란도의 대비는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상징하는 요소입니다. 루시는 친환경과 윤리를 앞세우지만 결국 기업의 이윤을 위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인물입니다. 반면 낸시는 아예 노골적으로 자본의 논리를 따르며, 감정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 영화는 윤리적 포장을 한 자본주의와 냉혹한 현실의 차이가 실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암시하는 작품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미자와 옥자의 관계는 단순한 반려동물과 주인의 유대를 넘어서는 관계입니다. 둘은 가족 같은 존재이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보살피는 사이입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하며, 미자의 감정조차도 기업의 홍보 전략에 이용하려 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옥자가 실험실에서 겪는 학대와 도살장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봉준호 감독은 인간이 동물을 소비하는 방식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연출을 사용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충격 요소를 넘어,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옥자가 가족이자 친구로 그려지는 만큼, 그녀의 고통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환경 문제와 생태계 파괴
영화는 지속 가능한 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미란도 기업의 슈퍼 돼지 프로젝트는 겉으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량 생산과 이윤 극대화를 위한 산업 시스템일 뿐입니다. 이는 현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다국적 기업이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입니다.
저항과 희망
영화에서 등장하는 동물 해방 전선(ALF)은 자본주의와 기업의 탐욕에 맞서는 저항 세력으로 그려지는 단체입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으며, 완전히 이상적인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이는 선과 악의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저항조차도 때로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을 시사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자와 옥자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기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거대한 자본의 논리와 폭력 앞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중한 것을 지켜낸 인물들입니다. 특히 도살장에서 미자와 옥자가 다른 슈퍼 돼지들이 갇힌 우리를 지나가는 장면에서, 돼지 한 마리가 새끼 돼지를 울타리 너머로 보내 미자에게 맡기는 모습은 희망의 메타포로 읽히는 장면입니다. 이 작은 행동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입니다.
국내외 반응 및 평가, 흥행 성적 그리고 수상 내역
<옥자>는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주류 상업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평가도 극과 극으로 나뉘었습니다.
해외 평론가들은? – “봉준호는 역시 천재!”
영화가 공개되자, 해외 평단에서는 열광적인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 로튼 토마토 신선도 86%, 관객 점수 81%
✔ 메타크리틱 75점 – “봉준호의 대담함이 빛나는 작품”
✔ IMDb 평점 7.3 / 10
✔ 영국 가디언지 “★★★★★ (별 다섯 개)” – “그래픽이 장관이다”
✔ BBC “봉준호는 할리우드를 넘어선다”
✔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 선정”
로튼 토마토의 총평
“옥자는 봉준호가 여전히 대담하고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복잡한 톤의 균형을 맞추는 어려운 작업 속에서도 이야기에서 목표로 삼은 부분들을 충분히 잘 맞추고 있다.”
✔ 알로시네 전문가 별점 4.1 / 5.0
✔ 왓챠피디아 3.5 / 5.0
✔ 네이버 평론가 평점 7.33 / 10, 관람객 8.77 / 10
✔ 키노라이츠 지수 86.56%
해외 언론들은 <옥자>를 봉준호 감독의 가장 글로벌한 작품이라 평가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유머와 감동을 잃지 않는 연출력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 넷플릭스 배급 문제
칸 영화제에서 <옥자>는 한 가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넷플릭스 배급 영화라는 점에서 프랑스 영화 관계자들이 반발하며 상영 중 야유를 퍼붓기도 했죠. 하지만 놀라운 건, 영화가 끝난 후에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야유로 시작해, 박수로 끝났다”는 말이 딱 맞는 작품이었죠.
국내 반응 – 극찬과 아쉬움이 공존
한국에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렸습니다.
✔ “봉준호의 가장 강렬한 사회비판 영화”
✔ “너무 직설적인 메시지, 호불호가 갈린다”
✔ “옥자와 미자의 관계는 감동적이지만, 몇몇 장면은 다소 작위적이다”
특히 한국 관객들에게는 ‘공장식 축산’이라는 소재가 다소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훨씬 더 뜨겁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흥행 성적 – 극장 개봉 거부? 하지만 성공적인 실험!
<옥자>는 기존의 영화 배급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한국 박스오피스 – 제한 상영에도 선전!
✔ 총 관객 수 32만 2,701명
✔ 누적 매출액 24억 4,277만 원
애초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만큼, 대형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에서 개봉을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에서 전 회차 매진 행렬이 이어졌죠. 좌석 점유율이 무려 56%까지 상승하며, 제한적 상영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 VOD 동시 개봉으로 인해 극장 흥행은 제한적이었지만,
전 세계 넷플릭스 사용자들에게 즉각적으로 공개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수상 내역 – 세계적 인정
제17회 디렉터스 컷 어워드 – 올해의 감독상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 국제비평가연맹상
제27회 국제환경미디어협회 – 작품상
미국 오스틴영화비평가협회 – 최우수 외국영화상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
LA 타임스, 보그, 베니티 페어 – 올해 최고의 영화 선정
씨네21 – 올해 최고의 외국영화 TOP10
인디와이어, 플레이리스트 – 올해 최고의 영화 TOP25
특히, <옥자>는 환경 문제와 동물권을 다룬 작품으로서 국제적인 의미가 컸던 영화였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 흥미로운 사실들
영화 <옥자>에는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부터, <옥자>의 제작 비하인드, 영화 속 숨겨진 상징, 논란,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첫 ‘디지털 촬영’ 영화
믿기 어렵지만,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은 모두 필름 카메라로 촬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옥자>는 그의 첫 번째 디지털 카메라 촬영 영화입니다.
촬영 장비: ARRI 알렉사 65 (6.5K 해상도 지원)
이유: 넷플릭스의 요구 때문
사실 봉준호 감독과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필름과 애너모픽 렌즈로 촬영하고 싶어 했습니다. 심지어 필름 스캔 비용도 자비로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넷플릭스 측에서 디지털 촬영만 허용했기에 결국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후에도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작품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옥자>는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와 한국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 첫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도살장 장면’ 때문에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들이 거절했다?!
<옥자>는 원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폭스 등 유명 영화사와 논의했지만, 모두가 한 가지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 "도살장 장면을 삭제해 주세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옥자>의 도살장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며 삭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이 빠지면 영화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모든 협상이 무산되었고 그때 넷플릭스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넷플릭스는 감독의 창작의 자유를 100% 보장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덕분에 <옥자>는 원래 기획된 그대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샤넬이 영화 의상을 협찬했다!
<옥자>에서 틸다 스윈턴이 입은 화려한 의상, 기억나시나요?
✔ 뉴욕 행사장에서 루시 미란도가 입은 핑크 드레스
✔ 미자(안서현)의 의상
이 의상들은 모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에서 협찬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루시 미란도의 드레스는 샤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직접 디자인한 의상으로,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2015/2016 서울 크루즈 컬렉션 작품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협찬을 직접 따낸 사람이 바로 틸다 스윈턴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샤넬과 친분이 깊었고, 직접 브랜드에 요청해 협찬을 성사시켰습니다.
해외 감독 & 배우들의 극찬
<옥자>는 해외 영화계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과 배우들이 직접 봉준호 감독과 <옥자>를 극찬했습니다.
✔ 스티븐 스필버그 – 영화 관람 후 직접 감상평을 편지로 보냄
✔ 마틴 스코세이지 – 뉴욕 시사회에서 봉준호에게 직접 인사
✔ 쿠엔틴 타란티노 – <옥자>를 35mm 필름으로 상영하며 장기간 극장에서 틀어줌
✔ 크리스토퍼 놀란 – "설국열차도 좋았지만, <옥자> 역시 기대된다."
✔ 기예르모 델 토로 – SNS에 봉준호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보고 그의 팬이 됐다.”
✔ 에드거 라이트 – "봉준호는 천재다. <옥자>는 또 다른 걸작!"
또한, 일본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상일 등 일본 거장 감독들이 시사회에 참석해 봉준호와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옥자’가 미자에게 속삭인 말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미자가 옥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는 옥자가 미자에게 귓속말을 속삭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대체, 옥자는 미자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요?
영화 촬영 후, 봉준호 감독이 안서현(미자 역)에게 “네가 만약 옥자라면 미자에게 뭐라고 말할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경화수월’을 불러주었어요."
즉, 영화 속 옥자가 미자에게 한 속삭임은 어떤 대사도 아닌, 아름다운 노래의 멜로디였던 것입니다.
<옥자>의 원래 결말은 달랐다?!
원래 <옥자>의 엔딩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원래는 ALF(동물 해방 전선) 단원들이 대거 도살장에 잠입해 슈퍼 돼지들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고민 끝에 이 결말을 변경했습니다.
"일개 자연보호 단체가 대기업을 상대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미자와 옥자가 작은 희망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불완전한 해피엔딩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 거대한 슈퍼 돼지가 우리에게 남긴 것
이제 우리는 한 마리의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를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스크린 위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거부한 작품이었고,
칸 영화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였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영화 산업의 패러다임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영화가 던진 질문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미자가 옥자를 품에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 마지막 장면.
그것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지켜내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였으며,
그것은 ‘완전한 승리’가 아닌 ‘작은 불씨’로 남아 더 큰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