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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정보, 등장인물, 줄거리, 영화가 던지는 질문, 평가와 반응, 흥미로운 뒷이야기, 마무리

by K-Movie 아카이브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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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 포스터입니다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 포스터입니다

 

 

 

한 여인의 삶에 던져진 비극적인 사건, 그리고 그녀가 찾으려 했던 용서와 구원의 의미. 영화 <밀양>은 상처받은 인간이 절망과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며, 마침내 깊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묵직한 서사와 배우 전도연, 송강호의 압도적인 연기가 더해져 한 편의 강렬한 드라마가 탄생했습니다.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밀양이라는 낯선 도시에 정착한 신애(전도연 분). 하지만 그녀는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잃게 됩니다. 절망의 끝에서 그녀가 붙잡은 것은 신앙이었지만, 그마저도 그녀를 배신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유괴범을 용서하겠다 결심하고 마주한 교도소에서, 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한 마디를 듣게 됩니다.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녀가 찾고자 했던 구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영화 <밀양>은 인간 내면의 상처와 믿음,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용서’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닌,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강렬한 서사 속에서 관객은 신애의 고통과 혼란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명작이며,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종교와 신념,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오랜 시간 회자될 수밖에 없는 영화 <밀양>.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영화 정보

  •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감독: 이창동
  • 출연: 전도연, 송강호 외
  • 원작: 이청준 - 소설 벌레 이야기
  • 개봉일: 2007년 5월 23일 (대한민국)
    • 2015년 5월 21일 CGV 압구정 단독 재개봉
    • 2019년 12월 11일 강변 CGV 전도연관 단독 재개봉
  • 상영 시간: 141분 (2시간 21분)
  • 제작비: 약 50억 원
  • 손익분기점: 150만 명
  • 월드 박스오피스: $11,581,469
  • 총 관객 수: 1,710,364명 (대한민국)

등장인물

이신애 (전도연 분)

남편과 사별한 후, 어린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이주한 여자입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삶은 연이은 비극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밀양에 정착했지만, 예상치 못한 비극이 그녀를 덮치며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아들이 유괴된 후, 신애는 절망과 슬픔 속에서 방황하다가 종교에 기대어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신앙조차도 그녀에게 가혹한 시험을 던지며 또 다른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녀는 용서를 결심하지만, 유괴범의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맙니다. 그 이후, 그녀는 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며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전도연은 이 역할을 통해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녀가 표현한 신애의 감정선은 그야말로 절절하며,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김종찬 (송강호 분)

밀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노총각으로, 신애와 우연히 인연을 맺으며 그녀의 곁을 맴도는 남자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성격에 다소 속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순진하고 다정한 면도 있습니다. 술과 담배를 즐기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것이 일상인 그이지만, 신애를 향한 감정만큼은 진지합니다.

신애가 밀양에서 겪는 비극을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서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위로하려 합니다. 그녀를 위해 교회에도 따라가고, 언제나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지만, 신애에게 그는 늘 가볍게 여겨질 뿐입니다.

종찬은 신애의 혼란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감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감정은 더 깊어지고, 마침내 신애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존재가 됩니다. 송강호는 이 역할을 통해 전형적인 '착한 남자' 캐릭터를 뛰어넘어, 한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박도섭 (조영진 분)

아들 준을 유괴하고 살해한 웅변학원 원장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더욱 섬뜩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신애가 복수를 다짐하고 용서를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습니다"라는 말로 그녀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 장면에서 그의 얼굴은 후회나 죄책감 대신, 평온함마저 느껴집니다. 자신이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확신하는 순간, 피해자인 신애의 감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구원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용서란 무엇인가?’, ‘신앙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조영진의 연기는 단 몇 분의 등장만으로도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이창동 감독이 만들어낸 가장 충격적인 순간을 완성합니다.


이민기 (김영재 분)

신애의 남동생으로, 그녀가 밀양으로 떠난 이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가족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신애가 힘들어할 때마다 서울로 돌아오라고 설득하지만, 신애는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는 신애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주변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준 (선정엽 분)

신애의 하나뿐인 아들로, 그녀의 삶의 전부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밀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유괴와 함께 잔인한 비극의 희생양이 됩니다. 그의 죽음은 신애의 모든 삶을 뒤흔들며, 그녀가 용서와 증오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정아 (송미림 분)

밀양에서 신애와 가까워지는 여성 중 한 명으로, 그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캐릭터입니다. 그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신애를 도와주려 하지만, 결국 신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김 집사 (김미향 분)

신애를 교회로 인도하는 교인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며 신앙을 전파하려 하지만, 신애가 신을 부정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자 당혹스러워합니다. 신애가 신앙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부정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인지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강 장로 (이윤희 분)

신애에게 종교적인 위로를 건네는 교회의 장로입니다. 하지만 신애가 극한의 분노를 표출하며 신을 대적하자, 그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당혹스러워하며 점차 거리를 두게 됩니다.


신 사장 (김종수 분)

밀양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인물로, 신애와 주변 인물들의 삶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양장점 주인 (차미경 분)

신애가 밀양에서 겪는 인간관계 속에서 또 하나의 퍼즐 조각 같은 인물입니다.


목사 (오만석 분)

교회의 지도자로서 신애에게 신앙적인 조언을 건네지만, 그녀의 고통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신앙이 신애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주방장 (이성민 분)

밀양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주방장으로, 극 중에서는 짧지만 인상적인 등장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입니다. 그는 신애가 밀양에서 겪는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 중 하나이지만, 그녀가 밀양의 공동체에 점점 스며들거나 멀어지는 과정에서 주변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밀양 속 인물들의 의미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신애가 겪는 감정의 층위를 더욱 깊게 만드는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밀양은 단순한 인간 드라마가 아니라, 용서와 신앙, 구원과 절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각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 거대한 질문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처럼 작용하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게 됩니다.


줄거리

33살의 이신애(전도연 분)는 모든 것을 잃고 밀양이라는 작은 도시에 새 출발을 다짐하며 찾아옵니다. 남편을 잃은 후, 어린 아들 준(선정엽 분)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이사한 그녀는 피아노 학원을 열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밀양으로 오는 길, 자동차가 갑자기 멈춰 서고, 그녀 앞에 김종찬(송강호 분)이 나타납니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우연히 신애의 차를 고쳐주면서 그녀와 얽히게 됩니다. 신애가 밀양에서 적응해 나가는 동안, 종찬은 마치 운명처럼 그녀의 곁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그는 투박하고 소탈한 성격을 지녔지만, 이상하게도 신애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낍니다. 그녀를 도와주려 애쓰고, 그녀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싶어 하지만, 신애는 그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그녀의 소중한 아들 준이 실종됩니다.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점점 심각해지고, 유괴범의 협박 전화가 걸려오면서 신애의 세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돈을 요구하는 유괴범과의 숨 가쁜 협상 끝에, 신애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끝내 준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됩니다.

세상이 온통 깜깜하게 변해버린 신애는 절망과 분노 속에서 갈 곳을 잃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교회입니다. 고통 속에서 헤매던 그녀는 신에게 의지하기 시작하며, 신앙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변화를 기뻐하며 응원하지만, 신애의 신앙은 단순한 평화가 아닌, 더 깊고 절박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바로 아들을 죽인 유괴범, 박도섭(조영진 분)을 용서하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용기를 칭찬하며 그녀를 격려합니다. 신애는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 그리고 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직접 교도소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또 다른 절망이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유괴범은 뜻밖에도 후련한 표정으로 신애를 맞이하며 말합니다.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습니다." 신애는 경악합니다.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신이 먼저 그를 용서했다는 말에 그녀는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신애는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신앙은 급격히 흔들리고, 점점 파괴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교회의 집회 중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틀며 방해하고, 자신을 교회로 인도했던 강 장로(이윤희 분)를 유혹하려 하며, 급기야 도둑질까지 저지릅니다. 모든 것이 허상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녀는 마지막 선택을 합니다. 칼을 들어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이 모든 비극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그녀는 다시 밀양으로 돌아옵니다. 여전히 상처받은 채, 그러나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김종찬은 변함없이 그녀의 곁을 지킵니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일상을 돕고, 그녀가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함께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신애는 거울을 보며 스스로 머리를 자르려 합니다. 그녀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사이, 김종찬이 다가와 묵묵히 거울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녀의 마당 한구석을 비춥니다.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한 햇빛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밀양, 그곳은 절망과 상처가 머무는 곳이지만, 동시에 희망과 새로운 시작이 싹트는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 <밀양>이 던지는 질문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감정과 종교, 용서와 구원,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마치 거대한 삶의 실험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틀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관객 개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듭니다.


인간은 정말 용서할 수 있는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신애(전도연 분)가 아들의 유괴범을 용서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교도소를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신앙을 통해 아들의 죽음을 극복하려 하며, 스스로 용서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유괴범 박도섭(조영진 분)은 뜻밖의 말을 합니다.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습니다."

신애는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녀가 그를 용서하기도 전에, 하나님이 이미 그를 용서했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그녀는 깨닫습니다. 용서는 신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용서란 무엇일까요? 인간이 정말로 누군가를 완전히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용서를 단순한 종교적 개념이 아니라, 실존적인 문제로 끌어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한다고 말할 때, 그 용서는 과연 진정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또 다른 자기 위안일 뿐일까요?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인가, 피해자를 위한 것인가?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런 고통을 허락하는가?

종교는 진정으로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신은 공정한가?

신애는 아들의 죽음 이후 극심한 절망에 빠집니다. 그녀가 찾은 해답은 종교였습니다. 그녀는 교회에 다니며 신을 믿기 시작하고, 신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신애가 경험한 신은 그녀가 기대한 신이 아니었습니다.

신애는 하나님을 믿었고, 기도했으며, 심지어 용서까지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녀의 아들을 지켜주지 않았고, 그녀의 용서를 필요로 했던 자를 먼저 용서해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애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내가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어?"

이 질문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질문입니다. 신은 과연 모든 것을 공평하게 판단하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어떤 논리로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일까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왜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침묵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인간의 삶에는 진정한 구원이 존재하는가?

영화의 원작 소설 제목은 <벌레 이야기>입니다. 벌레는 작고, 연약하며, 언제든 짓밟힐 수 있는 존재입니다. 영화 속 신애는 마치 벌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녀는 삶에서 계속해서 짓밟히고, 짓눌리고, 절망에 빠집니다. 그녀는 종교를 통해 구원을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욱 큰 혼란과 상처를 얻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애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자르려 합니다. 그리고 김종찬(송강호 분)이 조용히 거울을 들어줍니다. 이 장면은 많은 해석을 낳았습니다.

누군가는 신애가 마침내 스스로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해석하고, 누군가는 그녀가 여전히 혼란 속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해석이든 분명한 것은, 영화가 ‘완벽한 구원’에 대해 긍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인간에게 진정한 구원이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는 모두 끝없는 고통과 방황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일까요?


평가와 반응

국내 평가

<밀양>은 개봉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는 영화가 종교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반발했고, 반면 많은 관객들은 영화가 던지는 깊은 질문에 공감하며 극찬을 보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라고 극찬했으며, 김혜리는 “죽고 싶은 명백한 이유, 살아야 하는 은밀한 이유를 담은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해외 평가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 뉴욕타임스: “올해 칸 영화제를 빛낸 가장 인상적인 연기”
  • 로튼 토마토: 94% 신선도
  • 메타크리틱: 84점

특히, 미국에서는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회복과 구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

이창동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영화

이창동 감독은 실제로 1984년 다섯 살 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당시 그는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창밖만 바라보다가 나가버리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아픔이 영화 속 신애의 감정선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원작과 다른 영화의 결말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벌레 이야기>는 영화보다 훨씬 더 암울한 결말을 가집니다. 원작 속 주인공은 영화보다 더 깊은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원작의 결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애는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자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김종찬이 거울을 들어줍니다. 이 장면은 마치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보입니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배우 최초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으며,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그녀의 연기에 대해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깊이 표현한 연기는 본 적이 없다"며 극찬했습니다. 실제로 전도연은 이 영화를 위해 3개월간 피아노를 배웠으며, 대부분의 장면에서 실제 연기를 했습니다. 여담으로 송강호는 밀양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현지에서 장기간 머물렀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목 ‘밀양’의 의미

‘밀양(密陽)’은 실제 지명인 동시에, ‘비밀스러운 햇빛’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도 <Secret Sunshine>입니다. 이는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신애의 삶에 내려오는 햇빛은 밝고 따뜻하지만, 그 안에는 그녀만의 비밀스러운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빛 속에서도 어둠은 존재한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무리 - 삶이란, 우리가 찾지 못한 비밀스러운 빛입니다

영화 <밀양>은 우리 내면을 흔들어 깨우고,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질문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 한 사람의 절망과 희망, 신념과 회의, 사랑과 상실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애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자르려 합니다. 곁에서 조용히 거울을 들어주는 김종찬의 모습은 마치 우리를 대신해 신애를 응원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신애처럼 삶에 무너지고, 때로는 김종찬처럼 누군가의 곁에서 묵묵히 거울을 들어주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햇빛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는 빛이라는 것입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은 용서할 수 있을까요? 신은 존재하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밀양>은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깊은 울림을 남길 뿐입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마음속에서 맴돌며,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비밀스러운 빛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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