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거미집' 정보, 등장인물, 줄거리, 국내외 반응, 숨겨진 이야기와 흥미로운 뒷이야기, 마무리

by K-Movie 아카이브 2025. 3. 7.
반응형

김지운 감독 송강호 주연의 영화 <거미집>의 포스터입니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 주연의 영화 <거미집>의 포스터입니다

 

혼돈과 광기의 예술! 영화 <거미집>의 숨막히는 촬영 현장 속으로

1970년대, 검열이 예술의 목을 죄던 시대입니다. 한 명의 감독이 ‘걸작’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혀 다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면 세기의 명작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대혼란과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배우들은 대본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제작자는 추가 촬영을 결사반대합니다. 문공부의 검열은 도저히 뚫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촬영장은 점점 더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하지만 김감독은 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고 반드시 영화를 완성하려 합니다. 그가 꿈꾸는 걸작은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요?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촬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한 사건들, 시대를 관통하는 블랙코미디적 요소, 그리고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을 몰입시키는 마법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 영화, 그리고 현실과 픽션이 교차하는 이 미친 이야기를 당신은 놓칠 수 있을까요?

영화 정보

  • 제목: 거미집 (Cobweb)
  • 장르: 드라마, 블랙 코미디, 시대극
  • 감독: 김지운
  •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外
  • 개봉일: 2023년 9월 27일 (한국)
  • 상영 시간: 132분
  • 제작비: 96억 원
  • 손익분기점: 200만 명
  • 총 관객 수: 31만 3,648명 (2023년 11월 기준)

등장인물 

김열 (송강호 분)

한국 영화계에서 ‘방화(國産 영화)’라 불리던 1970년대, 검열과 통제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적 야망을 불태우는 영화감독입니다. 데뷔작으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 연달아 실패를 겪으며 싸구려 감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는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본 그대로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것이라는 강렬한 확신에 사로잡힌 김감독은 촬영이 끝난 영화를 다시 찍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문공부의 검열, 배우들의 반발, 제작자의 반대, 촬영장의 열악한 환경까지 모든 것이 그의 발목을 잡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미치광이처럼 집착하는 그의 얼굴에는 광기 어린 집념이 서려 있습니다. 과연 그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고 진정한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민자 (임수정 분)

베테랑 여배우로, 영화 <거미집>에서 남자 주인공 강호세의 아내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때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였지만, 나이가 들며 후배들의 등장 속에서 점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차분하고 냉철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배우입니다.
김감독이 촬영을 강행할 때도 겉으로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프로답게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냅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김감독의 광기 속에서 점점 미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강호세 (오정세 분)

영화 <거미집>의 남자 주인공을 맡은 인기 배우입니다. 유부남이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며 신예 여배우 한유림과 몰래 불륜을 즐기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유림을 임신시켰다고 믿고 있으며, 이 사실이 들통날까 전전긍긍합니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여유로운 톱스타처럼 행동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기 연민에 빠진 인물입니다.
김감독의 재촬영 강행에 가장 불만이 많은 인물 중 하나이며, 촬영장 곳곳에서 투덜거리고 불평하지만, 결국 상황에 휩쓸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펼칩니다. 과연 그는 자신의 비밀을 끝까지 감출 수 있을까요?

신미도 (전여빈 분)

신성필름의 재정 담당자이자 후계자입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야심 가득한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김감독의 예술성을 지지하며 “당신이 진짜 걸작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지만, 사실 그녀의 속내는 알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일본 투자자들과 능숙하게 거래하고, 권력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윗사람들을 다루는 데 능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가차 없는 태도를 보입니다.
신예 배우 한유림을 무시하고 폭행하는가 하면, 김부장을 부려먹고 조감독을 강압적으로 다그치는 모습에서 그녀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심지어 배우가 부족하면 자신이 직접 대역을 서겠다고 나서지만,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촬영장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과연 그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한유림 (정수정 분)

떠오르는 신예 배우로, 영화 <거미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김감독이 직접 키웠다고 자부하는 배우로, 그녀의 예명 ‘유림’도 김감독이 지어준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예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듯 보이지만 처세에 능한 인물입니다. 촬영 현장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등장하면 태도가 돌변하며 애교를 부리는 등, 철저히 살아남는 법을 아는 배우입니다.
김감독의 요청에 따라 재촬영에 응했지만, 이틀짜리 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극심한 불만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그녀의 임신 소식이 밝혀지며 촬영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오여사 (박정수 분) 

오여사(박정수 분)는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로, 김열 감독(송강호 분)의 단골 연기자입니다. 돈만 주면 어떤 작품이든 출연하지만, 연기만큼은 대충 하지 않는 진짜배기 배우입니다. 그녀는 촬영 내내 대본이 엉망이라며 불평하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누구보다 프로답게 연기에 몰입합니다. 오랜 세월 촬영장을 누빈 그녀는 누구보다 영화의 흐름을 꿰뚫고 있으며, 이 영화가 걸작이 될지 재앙이 될지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김 감독이 무리한 촬영을 강행하는 동안, 오여사는 촬영장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한 시대를 지켜봐 온 배우입니다. 때로는 한숨을 쉬면서도, 끝까지 남아 자신의 몫을 다합니다.

마침내 영화가 완성되고, 불타는 세트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이 바닥이란 원래 이런 거지”라는 담담한 체념이 담겨 있습니다. 그녀는 오늘도, 또 하나의 촬영을 마쳤을 뿐입니다.

백회장 (장영남 분)

신성필름의 현 경영자로, 신미도의 숙모입니다.
김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검열 문제로 인해 추가 촬영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출장에서 돌아와 몰래 촬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자 폭발하며 세트장을 부수고 난동을 부립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직접 촬영장을 방문하자 어쩔 수 없이 김감독과 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김감독과는 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과연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김부장 (김민재 분)

신성필름의 실무를 도맡아 하는 부장입니다.
김감독의 무리한 요구에도 묵묵히 따르며,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려 애씁니다.
문공부의 검열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이 강행되자 걱정하지만, 결국 김감독의 뜻에 따라 움직입니다. 때때로 단역 배우로 투입되기도 하며, 현장 곳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조감독 (김동영 분)

김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조감독입니다.
김감독이 배우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재촬영에 참여하게 만들자, 마지못해 거들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습니다.
문공부 검열을 피하기 위해 반공 시나리오를 급조해 써내는 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과연 그는 김감독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사냥꾼 (정인기 분)

김감독과 오랜 세월 함께한 조연 배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사냥꾼’ 역할을 맡았지만, 자신은 전쟁영웅을 연기하고 싶다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결국 촬영을 거부하고 나가려 하지만, 신미도의 계략에 의해 술에 취해 쓰러지고, 세트장에 갇혀버립니다.

최국장 (장광 분)

문화공보부 국장으로, 김감독의 영화가 반체제적이고 퇴폐적이라며 강하게 반대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반공 영화라는 속임수에 넘어가며 결국 촬영을 승인해주는 인물입니다.

 

신 감독(정우성 분, 특별출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감독으로, 영화사 ‘신성필림’을 최고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입니다. 김열 감독이 그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스승의 곁을 지켰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신감독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영화적 유산을 물려받게 됩니다. 문제는 김열이 연출한 첫 작품조차 “신감독의 미완성 유작을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후 발표한 영화들은 온통 싸구려 치정극이라는 혹평에 시달리며 감독으로서의 자존감은 철저히 짓밟히게 됩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그는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열의 앞에 다시 한 번 신 감독의 환영이 나타납니다.


줄거리 - 미친 듯이 돌아가는 촬영장, 그리고 광기의 걸작이 될 영화

1970년대 한국 영화계, 창작의 자유는 검열의 칼날 아래 흔적도 없이 잘려 나가던 시대입니다. 모든 시나리오는 문공부의 검열을 통과해야만 스크린에 오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은 온갖 굴욕과 절망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 한 영화 촬영장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의 작품을 지켜내려 합니다.
그가 바로 김열 감독(송강호 분)입니다.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김열 감독은 영화 <거미집>의 촬영을 이미 끝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 며칠간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자신의 영화를 완전히 새롭게 찍어내고, 그것은 전율이 일 만큼 훌륭한 작품이 됩니다. 그 순간, 김열은 깨닫습니다. "이 결말을 바꾸기만 하면, 내 인생 최고의 걸작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는 이미 완성되었고, 검열도 끝난 상태라는 것입니다. 제작사도,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찍겠다고 하면 대체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그러나 김열 감독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반드시 이틀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흔한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미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야!"

김열 감독은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선언합니다.
"우리, 결말을 다시 찍습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벙찐 얼굴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감독님, 이게 말이 됩니까?"
"검열 통과된 대본도 아니고, 제작자는 알기나 합니까?"
"아니, 일단 우리는 내일 다른 촬영이 있어서 이틀 동안 못 찍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열 감독은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틀이면 끝난다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사실, 그는 이미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작자가 이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걸작을 만들려면, 이 정도의 광기는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혹은 억지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됩니다.

"촬영? 그건 나중 문제고, 검열이 더 큰 문제입니다!"

김열 감독의 강행군이 시작되면서 촬영장은 점점 혼돈으로 빠져듭니다.
베테랑 여배우 이민자(임수정 분)는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완벽한 연기를 펼칩니다.
한편, 남자 주인공 강호세(오정세 분)는 불만투성이입니다. 사실 그는 영화보다도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 배우인 신예 배우 한유림(정수정 분)이 자신과의 관계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이 불륜 관계는 촬영장 분위기를 더욱 살벌하게 만듭니다.

한편,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 분)는 숙모이자 제작자인 백회장(장영남 분)이 출장 간 사이, 김열 감독을 돕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녀는 김감독이 만든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 믿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자신이 더 큰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일까요?

"감독님, 전화선이 끊겼습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문제는 끝도 없이 터져 나옵니다. 검열을 담당하는 문공부 국장(장광 분)이 촬영장에 들이닥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촬영이 불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면 영화는 완전히 끝장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김부장(김민재 분)과 조감독(김동영 분)은 검열관들을 속이기 위해 급조된 반공영화 대본을 만들어냅니다. 이걸로 속여 넘기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검열관들 중 한 명이 술에 취한 채 깨어나 상황을 알아채려 합니다. 그러자 신미도는 망설임 없이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든 뒤, 그를 밧줄로 묶어 2층 세트장에 가둬버립니다. 촬영장은 이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로 변해갑니다.

"카메라 돌려! 끝까지 찍어!"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배우들은 점점 광기에 휩싸여 갑니다.
신미도는 유림을 대신해 직접 연기를 하겠다고 나서지만,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촬영장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사냥꾼 역할을 맡은 조연 배우(정인기 분)는 시나리오가 말도 안 된다며 촬영을 거부하다가 결국 신미도의 계략에 의해 술에 취한 채 갇히고 맙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김열 감독의 집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거 한 번만 제대로 찍으면 돼! 우린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 거야!"
그렇게 촬영이 이어지고, 마지막 롱테이크 씬이 시작됩니다.

"불 붙여! 마지막 씬이야!"

김열 감독이 준비한 엔딩씬은 거대한 불길 속에서 촬영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깜빡했습니다. 2층 세트장에는 아직도 묶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감독님! 저기 사람들 갇혀 있어요!"
"뭐라고? 아, 젠장! 하지만 지금은 멈출 수 없어!"

불길이 타오르고, 카메라는 돌고, 배우들은 연기를 합니다.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과연 이 영화는 무사히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광기로 끝나버릴까요?

"완성된 영화, 그리고 그 결말은?"

결국 영화 <거미집>은 김열 감독의 원하던 대로 완성됩니다.
상영관에서 막을 올리는 순간,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 영화를 지켜봅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러나, 그 환호성 속에서도 김열 감독의 얼굴에는 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는 마침내 걸작을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또다시 어딘가 부족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낸 것일까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한 예술가의 얼굴로 마무리됩니다.


극중극 ‘거미집’ 줄거리 – 욕망과 배신이 엮어낸 비극의 실타래

한때 순종적인 아내였던 이민자(임수정 분)는 남편 강호세(오정세 분)와 시어머니 오여사(박정수 분)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며 삶의 나락으로 내몰립니다. 그의 남편은 젊고 아름다운 공장 여공 한유림(정수정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오여사는 손주를 낳은 유림을 받아들이며 민자를 가차 없이 내칩니다. 절망에 빠진 민자는 처음엔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복수를 결심하며 사냥꾼 김열(송강호 분)과 손을 잡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겠어.”

민자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던 유림을 구해내고, 그녀와 함께 거대한 복수극을 계획합니다. 그들의 표적은 오여사와 호세. 한밤중, 민자는 계획대로 호세를 납치해 오여사에게 몸값을 요구하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게임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오여사에게 빼앗긴 금고 열쇠를 되찾으려는 순간, 오여사의 오래된 비밀이 밝혀집니다.

“내 남편이 유림의 친아버지라면?”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오여사는 남편을 스스로 목 졸라 살해하고, 집을 불태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집 안은 혼란에 휩싸이고, 민자는 마지막 남은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녀는 호세를 쓰러트리고 금고로 달려가지만, 예상치 못한 배신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내 것이야.”

그러나 금고 속에서 나타난 것은 예상치 못한 존재, 거대한 거미였습니다. 공포에 질린 유림은 거미에게 휘감긴 채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며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난… 거미가… 싫어.”

이후, 공장 주임이 찾아왔을 때, 집 안은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습니다. 천장에는 거미줄에 묶인 채 공포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가족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 비극적인 광경은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국내외 반응 및 평가, 흥행, 수상

국내외 반응 및 평가 – 걸작인가, 문제작인가?

영화 <거미집>은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칸 영화제에서의 첫 상영 후 12분간 이어진 기립박수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충분했습니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영화 속 영화(극중극)라는 실험적인 형식, 그리고 송강호(김열 감독 역)를 비롯한 출연진의 연기력이 호평을 받으며, 현장에서 직접 영화를 본 외신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신선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르몽드(Le Monde)는 "한국 영화의 특유의 유머 감각과 시대적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 유럽 관객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는 "김지운 감독이 혼돈 속에서도 완벽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연극적인 연출과 촌철살인의 유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고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영화가 개봉하자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렸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처럼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라기보다는, 1960~7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자하는 실험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평론가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 이동진 평론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영화인들이라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작품. 창작의 고통과 권력,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 블랙 코미디" (★★★☆)
  • 씨네21 김소미 평론가: "영화적 욕망과 시대의 억압이 부딪히는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
  • 씨네21 이용철 평론가: "김지운 감독 특유의 비틀어진 유머 감각이 살아있는 영화. 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

그러나 일반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다소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추석 연휴 개봉작으로 적절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명절 시즌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지만, <거미집>은 무겁고 다소 복잡한 서사 구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혼란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기대했던 대중적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술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흥행 성적 – 한국에서는 실패, 해외에서는 선방?

<거미집>의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명이었지만, 국내에서 총 관객 수 31만 3천 명(2023년 11월 기준)에 그치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약 260만 명), <1947 보스톤>(약 130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습니다.

 

주된 흥행 실패 요인

  1. 추석 대목 개봉 –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음.
  2. 마케팅 부족 – 경쟁작들에 비해 홍보가 약했으며,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부족했음.
  3. 장르적 한계 – 블랙 코미디와 영화 속 영화라는 실험적 형식이 대중들에게 낯설었음.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반응을 얻었습니다.

  • 프랑스 개봉 후 첫 주 박스오피스 4위 (2023년 11월 기준)
  •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꾸준한 반응
  • 북미 개봉 후 아트하우스 극장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재평가

특히, 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자한 점이 해외 평론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김지운 감독 특유의 연출이 예술적인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매우 흥미로운 영화’라고 평가하며, 그의 팬층을 중심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수상 내역 – 비평가들의 인정

비록 국내 흥행은 저조했지만, <거미집>은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 제59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 오정세
  • 제4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전여빈, 미술상 정이진
  • 제10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감독상 김지운, 촬영상 김지용, 음악상 모그
  •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김지운, 여우조연상 정수정
  • 제22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거미집, 페스티벌 어워드 송강호 & 김지운
  • 제44회 황금촬영상: 감독상 김지운, 남우주연상 송강호

특히, 청룡영화상과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연기와 미술, 촬영 등 기술적인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숨겨진 이야기와 흥미로운 뒷이야기

김지운 감독의 실험 – 1.66:1 화면비, 이유가 있다?

<거미집>은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사용된 적 없는 1.66:1 유러피언 와이드스크린 비율로 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극장 상영 영화는 대부분 2.35:1 시네마스코프1.85:1 와이드스크린을 사용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의도적으로 1.66:1을 선택했습니다.

이 화면비는 1960~70년대 유럽 영화에서 주로 사용된 포맷으로, 프랑스 누벨바그,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적용되었습니다. 이 비율을 통해 과거 한국 영화의 질감을 살리고, 마치 필름으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촬영감독인 김지용이 이 비율을 적용하기 위해 특수한 렌즈와 필름룩 색보정 작업을 거쳤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영상미 자체가 일반적인 현대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는 김지운 감독이 단순한 시대극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영화 자체를 재현하려 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김기영 감독 유족과의 갈등 – 상영 금지될 뻔한 위기?

<거미집>은 김기영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하녀>를 강하게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개봉 전,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은 영화 속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김기영 감독을 연상시키며,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김열 감독이 한때 천재 감독이었지만, 이후 몰락하여 자기 작품을 스스로 망쳐가는 모습이 김기영 감독과 닮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게다가 김지운 감독이 영화 속 ‘거미집’이라는 극중극의 스토리를 <하녀>와 유사하게 구성하면서, 유족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배급사와 유족 간의 협의를 통해 극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다행히 상영 금지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영화의 제작 배경 자체가 또 하나의 ‘거미집’처럼 얽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배우들이 직접 경험한 1970년대 충무로 촬영 방식?

영화 속 ‘거미집’ 촬영장면은 실제 1970년대 한국 영화 제작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는 대부분 후시녹음(촬영 후 배우가 대사를 다시 더빙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촬영장에서도 일부러 과장된 발성과 연기 톤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특히, 정수정(한유림 역)은 후시녹음 연기를 하기 위해 기존의 현대식 연기 방식과 완전히 다른 감각을 익혀야 했습니다. 배우들은 1970년대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 전, 실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테스트 촬영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촬영장에서 사용된 세트 디자인과 조명 방식 역시, 당시의 촬영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명 기술자들까지 1970년대 방식으로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즉, 단순히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의 방식 자체도 과거를 충실히 재현한 것입니다.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엔딩 – 거대한 거미는 어떤 의미일까?

극중극 ‘거미집’의 마지막 장면에서 금고를 열자, 거대한 거미가 튀어나와 유림(정수정 분)의 얼굴을 덮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페이스 허거(Facehugger)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입니다.

사실, 김지운 감독은 <하녀>뿐만 아니라, 고전 호러 영화의 요소를 결합하여 극중극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결혼과 가부장제에 의해 얽매이고, 끝내 파국을 맞이하는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게다가 거미줄에 갇힌 듯한 엔딩 장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극중극의 등장인물들이 거미줄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거미집’이라는 제목과 맞물려, 결국 모두가 거미줄 같은 욕망에 갇혀 파멸해버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 박정수, 칠순 나이에 칸 영화제 초청받다

배우 박정수(오여사 역)는 50년이 넘는 연기 경력을 가졌지만,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녀는 칠순의 나이에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으며 감격했다고 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박정수가 처음에는 김지운 감독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남편이 김지운 감독의 명성을 듣고 "이 사람 영화면 무조건 해야 한다! 아무 역할이나 달라고 해!"라고 강력 추천했다고 합니다.

또한, 김지운 감독이 박정수를 캐스팅한 이유는 “발음이 너무나도 정확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영화 속 연기를 소화하려면 또렷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녀의 독보적인 발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충무로 촬영장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들

김지운 감독은 촬영장에서 일부러 배우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촬영 중 실제로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배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한 장면에서는 송강호(김열 감독 역)가 배우들에게 새로운 대본을 들고와 즉흥적으로 대사를 바꾸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의 배우들 반응은 실제로 즉흥적이었으며, 송강호조차 김지운 감독이 대본을 일부 바꿨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배우들은 당황했지만, 결국 그 감정이 실제 연기에 반영되어 영화 속의 혼란스러운 촬영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 숨은 디테일 – 일본 유학파 신미도의 정체?

전여빈이 연기한 신미도(전여빈 분)는 일본에서 유학한 인물로 나오는데, 그녀가 일본 투자자들과 쉽게 대화를 나누고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전공은 영화 속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가 김열 감독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마치 카프카의 소설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통해 신미도가 문학을 전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김지운 감독은 영화 속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썼으며, 이를 알아차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다섯 번째 협업작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영화 <거미집>을 함께 하게 되면서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송강호와 정우성이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났다

과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좋은 놈’과 ‘이상한 놈’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배우는 영화 <거미집>에 출연. 거미줄 같은 운명 속에서 스승과 제자로 얽히며 또 다른 케미를 만들어 냅니다.


마무리 - 영화 <거미집>, 결국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영화 <거미집>은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비추는 거울이자, 창작의 광기와 예술가의 고뇌를 그려낸 블랙코미디입니다. 김지운 감독이 쌓아온 모든 연출력이 집약된 이 영화는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 예술과 욕망, 검열과 창조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극장을 나서면서 다양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김지운식 블랙코미디의 정점이다!"라며 감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저 송강호의 미친 연기에 감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영화 속 영화의 막장스러움에 웃음을 터뜨리며, 한편으로는 그 시대의 억압적인 검열과 예술가들의 처절한 사투를 곱씹게 됩니다.

결국 <거미집>은 ‘걸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김열 감독이 목숨을 걸고 완성한 ‘거미집’이 진정한 걸작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예술을 향한 집념으로 세상의 모든 방해 요소들을 뚫고 나아갔던 그 광기 어린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걸작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다시금 돌아보게 될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장면들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거미줄처럼 얽힌 영화 속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 삶과도 닮아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반응형